누구에게나 바탕이 되는 ‘흰 돌’이 있다. 그것은 생김새나 크기와는 무관한 채로 우리 가슴에 귀한 무게로 놓여 있다. 우리는 그런 어설프게 아름다운 걸 ‘처음’ 혹은 ‘시작’이라 부르곤 한다.

─고명재,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64쪽

🚪여는 문

똑똑, 때 되면 찾아올 무성한 소문들

  소문난다는 ‘절기’마다 문 두드릴 예정이에요. 해의 움직임 따라 계절의 흐름 따라 한 해를 24개로 나누고 하나마다 이름하였으니, 개구리 깨는 날 경칩驚蟄, 씨앗 뿌리는 날 망종芒種, 첫 서리 내리는 날 상강霜降, 그런 날들. 농사가 삶의 뿌리였던 선조들에게 계절의 흐름이 그리 중요했던 거지요.

종이라고,

네모 반듯 하얀 전답 위에

글씨라고,

한알 한알 마음으로 뿌리는 검은 씨앗

  그렇게 책 지어 글 일구는 난다의 한 해 농사, 소식으로 소문으로 전해보려고요.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눔에 절기節氣라는데, 요 ‘나눔’ 달리 받아 두레처럼 품앗이처럼 여러분과 같이 일구고 함께 거두는 ‘나눔’, 난다의 꿈으로 있답니다. 함께해주실 거지요?

🥔계절 하면 때, 때 하면 제철

소서엔 무얼 먹지?

  씨 뿌리는 날, 봄 들이는 날, 가을바람 부는 날… 그러니 절기의 다른 이름은 ‘챙김’ 아니려나요. 동지엔 팥죽, 청명엔 청명주, 절기마다 챙겨야 할 음식 있을 테고요. 7월 7일 오늘은 소서小暑랍니다. 이름은 작은 더위, 그러나 본격 더위의 시작이라 하지요. 요 여름 제철이라 하면 단연 햇감자!

그런데 여러분…

포카칩도 제철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사실 감자는 1년에 네 번이나 수확할 수 있지만 (비닐하우스나 고랭지에서 재배하는 게 아닌) 우리 땅 우리 노지 감자의 ‘진짜’ 제철은 여름이랍니다. 가장 싸고 가장 맛이 좋은 때라 하지요. 그래서 포카칩과 스윙칩을 생산하는 오리온도 6월부터는 보성, 당진, 양구 등 감자 특산지에서 수확한 국산 햇감자를 수급해 감자칩을 만든다고 해요. 그러니 지금이 바로 포카칩 제철인 셈!

[100% 생감자] 대신

[100% 국산 햇감자]라 쓰여 있는지 확인!

𓇼앗, 참고로 감자칩 광고 아니랍니다…!

소문난다는 직접 일구어 직접 거두는 자급자족 뉴스레터🤐

  실은 ‘여름에는 감자가 제철’이라는 이야기는 김혼비 작가님의 에세이 『다정소감』(안온북스)을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앞서 제철 음식을 챙겨온 ‘절기 음식’계의 선구자 김혼비 작가님 😏

  사실 작가님의 추천 페어링(!)은 소서가 아닌 하지, 하지의 (가마솥) 감자칩과 맥주랍니다. (보리도 여름이 제철인 거지요!) 그런데 6월 21일 하지를 넘겨버렸으니 우리네 소문은 조금 철 지난 이야기가 되는가 싶지만… 하지가 감자 수확의 적기라면 우리에게 과자가 되어 날아들 때는 바로 지금 아닌가 하며, 포카칩을 소서의 제철 음식으로 찜해도 되겠죠?🤫

  (김혼비 작가님의 또다른 여름 절기 음식 소개는 <책읽아웃> 공개 방송에서 확인! CLICK👈🏻)

📕제철 음식만 있나, 제철 책도 있는 법

여름, 가장 뜨거운 책

  본디 이열치열이라 했으니… 본격 무더위의 시작에 더 뜨거운 분노 더 뜨거운 목소리로 맞서보자는 말씀! 이 책은 ‘여자는 화가 난다’라는 문장이 반복되는 독특한 형식의 장시인데요,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계 입양인인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간 입양의 허상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은 책이기도 합니다.

  덴마크는 지금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의 때이지요. 세상의 모든 불평등을 향한 잠들지 않는 분노, 그 뜨거운 ‘맞불’이 될 이 계절의 책이라 하겠습니다. 🔥🔥🔥

  여자는 자신의 양부모가 원하는 나라에서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물론 입양기관이 양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입양아를 상품화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여자는 홈플러스에서 프랑스산, 이탈리아산, 스페인산, 포르투갈산, 호주산, 아르헨티나산, 칠레산, 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중 어떤 와인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행위와 입양 행위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276~277쪽

🎉오늘이 나의 날 나의 철

계절에 태어난 당신에게

  7월 7일 오늘은 『그 여자는 화가 난다』의 첫돌이랍니다. 꼭 1년 전 이날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뜻이지요. 제철 음식 제철 책처럼 챙겨야 할 우리의 날, ‘생일’ 맞은 난다의 책들 소개해보아요. 나와 생일이 같은 책도 있으려나요? 모두모두 미리미리 생일 축하합니다! (제목을 누르면 내 생일의 책 소개를 보실 수 있어요💝)

• 7월 7일   : 『그립소』
• 7월 10일 : 『잘 왔어 우리 딸』
• 7월 12일 : 『사랑하기 좋은 책』
• 7월 15일 :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 『오늘 당신이 좋아서』 | 『모든 국적의 친구』
• 7월 19일 : 『우리는 이렇게 살겠지』
• 7월 20일 : 『검은 바이올린』 | 『쓰다 참, 사랑』 | 『표면의 시학』

🛫떠나기 딱 좋은 계절

나에게 어울리는 여름 휴가지는?

  여름 하면 휴가의 철이기도 하지요. 여러분은 올여름 휴가 계획 품어두셨을까요? 혹시 아직 고르고 살피는 중이실 분들을 위해 나에게 맞춤, ‘걷고 싶은 도시’를 찾아드려요!

경주, 진해, 수원, 용산… 국내 곳곳 숨은 골목부터

뉴욕, 파리, 아테네, 베를린… 전 세계 꿈의 산책길까지

𓇼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는 매일같이 예술로 사는 작가들의 매일 같은 발걸음을 좇아보자 하는 의도로 시작된 기획이랍니다. 예술가들에게 산책이란 곧 사유로 이어지지요. 그리하여 작가들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아무리 ‘걷고’ 또 ‘봐도’ 지치지 않는, 당신만의 ‘그곳’은 어디인가요?

🔎책이라는 만듦새, 우리의 만짐새

난다는 책을 뜯어…

  𓇼책은 손이 닿는 물건, 눈으로 보고 읽기 전에 손으로 열고 손으로 넘기고 손으로 안는 것일 텐데요, 난다의 책들 어찌 만들어 어찌 꾸려왔는지 구석구석 알려드리면 어떨까 하고요. 이름하여 톺아보고 살펴보고 뜯어보기(!) 코너 되겠습니다.

  처음 뜯어볼 책, 난다에서 새로 선보이는 시리즈 ‘詩란’이에요. ‘시’라는 알, 시라는 세계의 안쪽을 슬쩍 들추어보자 하는 글들. 모서리거나 귀퉁이거나 가장자리와 같은 구석의 말들. 詩란 시리즈는 “시의 흰 건반 시의 검은 건반”, 희고 검기를 교대로 음악처럼 소문처럼 흘러볼 예정이에요. 오늘은 詩란의 첫머리, 이수명 시인님의 『내가 없는 쓰기』로 요모와 조모 살펴봅니다.🧐

  표지에 쓰인 솔루션린넨📜은 이름대로 리넨 직물의 텍스처를 품고 있답니다. 날실과 씨실, 횡으로 종으로 가로지르고 교차하며 나아가는 직물처럼 꼭 시의 세계도 그러할 테지요. 두성종이⇪의 제품 솔루션린넨은 FSC® 인증은 물론, 100%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친환경 종이이기도 하답니다.

  단정하니 삼베처럼 차려입은 詩란이지만 실은 다양한 흘림과 새김 품고 있는데요. 흔히 CMYK, 4가지 색 잉크를 조합해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4도 인쇄’라 하지요. 그런데 요 조합으로만 표현하기 어려운 색의 경우 별도의 잉크를 따로 추가하기도 하는데, 이를 ‘별색’이라 하고요. 詩란 시리즈는 표지의 오른쪽에 반짝이는 은색 모서리가 자리하고 있어요. 그리하여 기본 4도에 요 별색까지 ‘5도 인쇄’🎨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제목에는 연녹색 박✨을 사용했어요. 잉크로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금박’ ‘은박’처럼 광택이 있는 소재를 프레스로 눌러 찍는 방식이지요.

  어느 날 어느 조명 아래 비스듬히, 슬쩍 비춰봐주셔요. 은 별색도 연녹 박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으면 하고요. 달처럼, 마음처럼, “어두워도 반짝이는” 그런 시처럼.

🏫다가오는 소문

난다 ‘여름 시 학교’가 열린다는 소문!

  詩란…? 하고 물음표 붙여본 김에, 난다는 지금 ‘여름 시 학교’🏤를 준비하고 있어요. 시를 읽어보고 시를 나눠보고 시를 써보기도 하는 시간! 시인을 따라 시 곁을 거닐어보기도, 시인이 되어 시 안으로 들어가보기도, 아무려나 안팎으로 열리는 시의 문 되었으면 하고요.

  여름 캠프처럼 신나게 이 계절 불태워도 좋을 테지요. 여름 계절학기처럼 학구열 뜨겁게 불태워도 좋을 테고요. 시 원하는 여러분 위해, 시원한 라인업으로 찾아올게요💦 조금만 기다려주셔요~!

🚪닫는 문

또 만나자고, 안녕!

  소문난다의 처음이자 시작, 조금은 어설펐을까요? 그래도 앞으로의 소문들 따라 가을바람 불겠구나, 이슬 맺겠구나, 첫눈 오겠구나… 그런 계절의 챙김, 한철 제철 떠오름 아름다움으로 솟고 나면 좋겠습니다.

  실은, 오늘 7월 7일 난다의 열두번째 생일이기도 하답니다. 7월 7일 7시 맞추어 메일도 보낸 소소한 연유였고요. 모두에게 행운을 빌어요, 그런 소문 아닌 소원 담아.

  소문난다는 때 되면 옵니다.

  제때 오지요.

  철마다 오지요.

  뉴스레터 닫는 문이라 했지만 꼭 닫지는 않고 슬며시 열어두어요. 언제든 똑똑 두드려주셔요. 틈 너머 슬쩍 기별해주셔요. 언제나 눈맞춤하는 난다 되겠사와요.

우리 '대서'에 또 만나요! 🤗

  힐끔힐끔 주방을 보던 나는 무안한 마음에 분식집 벽면에 가득 적혀 있는 학생들의 낙서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돌 멤버 이름 뒤에 하트를 그려넣은 것이나 친한 친구들의 이름을 적어두고 사랑한다거나 영원하자는 말을 덧붙인 낙서가 대부분이었다. 장난스러운 말투로 ‘애인 구함’이라 적은 낙서 같은 것도 있었다. (…)

  나는 휴지로 입을 닦으며 아이들의 낙서로 가득한 벽면에 ‘봄날에는 사람의 눈빛이 제철’이라고 작게 적어두고 그곳을 나왔다.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