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절정이다. 모든 여름이 그랬듯이 올해도 나는 절정을 지나가는 중이다. 이 뜨거운 느낌이 매번 새삼스럽다. 내가 어디에 있든 절정의 순간을 관통한다는 것, 내가 쇠락해가면서도 절정을 맛본다는 것, 이 세계는 영원히, 반복적으로 절정을 보여준다는 것, 이런 느낌이 마치 구원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이수명, 『내가 없는 쓰기』, 161쪽

🍑계절 하면 때, 때 하면 제철

대서엔 무얼 먹지?

  대서는 글자 그대로 ‘큰 더위’를 뜻한다 해요. 입추立秋를 앞둔 절기이니 가을로 건너가기 아쉬운 요 여름, 한창 불태워볼 때지요. 이름부터 후덥지근한 ‘삼복더위’의 둘째 중복中伏이 이틀 전(7월 21일)이었으니 그야말로 더위의 절정을 지나는 중이고요. 그 기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대서에는 염소 뿔이 녹는다(!)는 말이 있다고…

  하지만 요 대서, ‘채소가 풍족하며 녹음이 우거지는 시기’이기도, 또 ‘과일은 이때가 가장 맛이 난다’ 평해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더위에 맞서는 물 많고 시원한 여름 과일들, 수박, 참외, 포도… 나열하자면 끝 모를 텐데요, 그중에서도 오늘 제철 과일의 주인공은 바로 <복숭아(혹은 그의 친구들)>!

  저는 요즘 언덕 정도 쌓인 교정지 옆에 산처럼 쌓인 자두와 함께 여름을 보내고 있어요. 김민정 시인 직접 공수(난다는 복지도 제철에 진심…), 빛 좋고 맛 좋은 자두라지요. <후무사>라는 품종인데, 왠지 무사평온한 기분이고 전무후무할 맛남인가 싶은 이 이름, 사실 포르투갈어 ‘Formosa’의 영어식 발음 ‘포모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후무사’로 수입되었다는… 먼 여정의 비화가 있답니다. Formosa의 본뜻은 ‘아름다운 섬’⭑ 혹은 ‘아름답다’라고 하니, 이름부터 어쩜 이리 아름답고 향과 맛은 한술 더 떠 찬란한지, 우리의 후무사…

✫이 Formosa는 서구권에서 Taiwan 이전에 '아름다운 섬' 대만을 가리키던 이름이었다고도 해요.

  제철이 한철이라고, 사실 제철 과일의 수확 시기란 아주 짧은 것이 슬픔이어요. 자두 중에서도 가장 인기 품종이라는 이 후무사도 7월 중순에만 만날 수 있는 귀한 친구들이랍니다. 태산 같던 후무사도 우공이 산 옮기듯 하루하루 줄어가는 판, 제철 떠나보냄은 물론 요 소문이 닿을 쯤엔 후무사도 끝물(!)이겠다 아쉬움 앞에… 민정 시인께 다가올 자두의 소문들 받아 적어왔답니다!

 8월 초에 찾아올 소문 자두는 <도담>. 후무사와 같은 핏줄(!)을 댄 사촌이라 하니, 못지않게 큼직하고 새콤함은 기본, 풍성한 과즙이 특징이에요.

 9월로 넘어가는 가을 문턱에는 <추희>. 이름마저 가을의 기쁨이라지요. 보다 아삭한 식감으로 색다른 새콤달콤함을 뽐낸다 해요.

👨🏻‍🏫알고보면 '쓸'거리, 난다 잡학사전

알쓸난잡: 아니 어떻게 아몬드가 복숭아…?

  분명 특집의 제목이 ‘복숭아 혹은 그의 친구들’이라 했으니까요, 자두의 이름 기원을 거슬러올라보자면 그 본딧말이 자도紫桃, 자줏빛 복숭아라 하지요. 실제로 자두와 복숭아는 식물분류학상으로 모두 벚나무속(Prunus)에 속하는 근연, 친구 사이이기도 합니다. 흔히 핵과류라 불리는, 단단한 씨앗을 가진 버찌, 매실, 살구 들이 벚나무속 아래 자두아속(Subgenus Prunus)으로 어깨를 맞대고 있어요.

  그런데 자두보다 살구보다 복숭아에 가까운 친구가 따로 있다는데, 바로 ‘아몬드’랍니다. 사실 생김새를 보면 복숭아와 똑 닮은 아몬드 열매. 요 과육이 성숙해 벌어지면 흔히 ‘씨’라고 부르는 핵이 드러나고요, 단단한 핵을 열면 고소해질 날을 기다리는 아몬드가 들어 있답니다.

  그러니까 아몬드는 견과류가 아니라 핵과류라 불러야 정확할지도 모르겠어요. 본래 핵과류의 씨앗은 극독인 청산가리와 유사한 아미그달린을 품고 있어 식용이 불가한데, 독성이 없는 돌연변이를 개량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아몬드라 하고요. 그러니까 아몬드와 복숭아는 복숭아아속(Subgenus Amygdalus)이라는 한 지붕 아래 형제자매남매인 셈.

  그런 이유로 아몬드의 한자명도 편도扁桃라 해요. (요즘 핫하다는 납작복숭아와는 관계 없지만…) ‘납작한 복숭아’란 사실 아몬드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고. 우리 몸의 편도샘(편도선) 또한 요 아몬드 모양을 닮아 붙은 이름이라 하니, 알고보면 언젠가 '쓸'지 모를 난다 잡다 이야기 +1

🎉당신의 날, 당신의 오늘

계절에 태어난 당신에게

• 7월 24일: 『머리에 꽃 이고 아리랑』

• 7월 25일: 『나는 네nez입니다』 | 『핸드백의 모든 것』

• 7월 27일: 『여행, 혹은 여행처럼』

• 7월 31일: 『지구에서 한아뿐』

🔎책이라는 만듦새, 우리의 만짐새

난다는 책을 뜯어…

  별이기도 꽃이기도 한 요 그림 담을 종이로는 티엠보스 사간📃을 택했습니다. 결이 고운 사암沙巖을 닮아 조금은 까끌까끌 텍스처가 느껴지는 종이인데, 가만 쓰다듬다보면 마치 살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손으로 피부로 닿으라고, 미끄러져 스치고 싶지 않으니까, 결이 사라지는 비닐 코팅 대신 얇은 바니쉬를 도포하는 것으로 마감을 했어요. 어느 날엔 문득 어루만져주었으면, 그런 마음이지요.

  꽃의 복숭앗빛, 여름의 하늘빛, 반짝이는 별빛, 그렇게 담아보았어요. 전작인 시집과 어우러지기를 염두에 둔 컬러이니, 책 크기(판형) 또한 같게 맞추었고요. 오붓이 두어주시기를, 그리고 나란히 읽어주시기를!

❄️여름에 만나는 겨울 책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처럼

  피서 특집이니까, 여름맞이 ‘겨울 책’ 추천해보면 어떨까요? 권현승 편집자의 픽, 이름부터 시리게 투명하게, 막상스 페르민의 『눈』입니다.

👨‍👩‍👦‍👦 아주 사적인 난다의 오늘

난다는 지금!

  문 밖에서 봐야 문 안 사정 잘 보이기 마련(!) 함윤이 소설가가 난다 편집부의 근황을 알려드립니다. 동료이자 친구로서 본 난다의 막내 편집자들은… 패트와 매트라네요…?

🎶 읽고 보고 듣는 난다 PLAY-리스트

난다는 무얼 듣지?

  요즘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악귀>가 흥행중이지요. 극중 귀신을 볼 수 있는 염해상 교수(오정세)는 드라이브할 때 동해 별신굿을 듣고 기분 멀쩡할(?) 때는 진도 씻김굿을 듣는다고 해요.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마침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효험이 있다고 하니까요…) 올여름 납량 특집 대신 퇴마 특집─김민정 시인이 기분 멀쩡할 때 듣는 음악은?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안희연 시인과 함께, 우문즉답

  저도 작가님들 근황이 궁금하던 차니까요, 다짜고짜 전화를 해봤습니다. 비록 질문이 우매할지언정 작가님의 답변은 날카로울 것을 믿기에… 5분 통화 5개 문답, (즉흥으로 기획된 코너) <우문즉답>입니다.

안희연 시인(안) 그리고 김동휘 편집자(김)

우문 ①

김:  올해 여름 제철 과일 개시하셨나요? 저는 산처럼 쌓인 자두를 먹고 있어요…

안:  네! 신비복숭아라고, 2주 정도만 출하하는 귀한 복숭아예요. 자두를 닮기도 했는데 물복 같기도 하고… 이름이 예뻐서 검색을 해봤는데, 판매 기간이 정말 짧은 리미티드(?) 과일이래요. 너무 맛있어서 재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결제창이 사라진 거 있죠(판매 끝!).

김:  아니, 저희 이번 제철 음식이 복숭아인 걸 어떻게 아시고…

우문 ②

김:  그럼 혹시 더위도 드신 바 있으신가요…?

안:  다행히 아직은 없는 것 같은데… 아, 저 최근에 태국 치앙마이로 짧은 휴가를 다녀왔는데요, 거기서 살짝 더위를 먹었던 것 같기도… 어… 극복하는 방법은요, 아무 일정 없이 호텔에서 한나절 수영만 한 날이 있는데, 수영 실컷 하고 시원한 맥주 딱, 그렇게(극복을)…

김:  더위사냥엔 수영장+맥주…(메모…) 역시 맥주 전문가시니까…(메모2…)

우문 ③

김:  올해도 여름 언덕 다녀오셨나요?

안:  어… 여름 언덕에 준하는(!) 곳에 다녀왔어요! 치앙마이 가장 높은 곳에 도이수텝 사원이 있는데, 경치가 너무 좋은 걸로 유명해서 야경을 보러 다녀왔고요. 배운 것은…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김:  오, 즉답이니까요, 전후 설명 없이 요것만 내보낼게요. 낮보다 밤이 아름답다!

우문 ④

김:  맥주 전문가 시인님께, 열대야 박살내줄 (뼛)속시원 짜릿한 맥주 추천 부탁드립니다.

안: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IPA 맥주 중에 조디악(Zodiak)! 조디악이 황도 12궁을 뜻하잖아요, 그래서 라벨에도 둥글게 별자리가 그려져 있고… 아주 쌍콤합니다. 쌍코미예요.

다른 하나는 슈나이더 러브 비어(Schneider Love Beer). 최근에 가장 빠져 있는 맥주예요. 바이젠인데 라거의 느낌, 굉장히 청량하고… 최고의 여름 맥주!

김:  저도 바이젠 러브하는데 꼭 마셔봐야겠어요. 답변은 요렇게 정리할게요… “안희연 선정 최고의 여름 맥주” 슈나이더 러브 비어.

우문 ⑤

김:  마지막으로 소문난다니까요, 소문내고 싶은 TMI 근황이 있다면!

안:  어… 편집자님은 바이젠을 좋아한다? 아 이런 거 말고 제 근황이요? 그렇다면… 다음 시집 원고를 묶고 있어요! 가을께엔 원고를 마무리해서 넘기려고 해요. 출간은 내년 초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  앗, 한창 바쁘신 와중이었다니… 후딱 끊도록 하겠습니다.

📣 오늘 레터 맨 아래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안희연 시인이 직접 고르고 뽑은 신작 시 레터를 보내드려요!

🚪닫는 문

잘 자요, 또 봐요!

  아닌 게 아닌 한밤중의 소문난다, 조금 놀라셨을까요? 여름 하면 쨍쨍 태양이지만, 또 여름 하면 평상에 누워 올려다본 별자리, 시원한 계곡가 선선 바람 부는 밤공기이기도 하니까요. 어느 한여름 밤의 소문, 밤편지 삼아 조용 띄워보내요.

  내내 보송한 여름, 바람 솔솔 선선 여름만 보내시길요! 대서 문을 열고 나서면 가을 문턱이겠지요.

입추立秋에 돌아올게요. 또 만나요! 🤗